DaWon 시 2

개심사에서//최다원

최다원 2021. 11. 16. 20:03

개심사에서
 
개심사에 서둘러 도착한 가을은
해맑은 얼굴로 두 눈을 글썽이다가
꼭 다문 입술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뒤척이며 소곤소곤 속삭이다가
가만히 다가와 가슴 언저리를 훝고 있다
고요히 지켜보던 소슬바람이
낙엽하나를 허공으로 날리자
파란 하늘은 새파랗게 질리더니
흰 구름 몇 점 데려와 흩어 놓았다

그윽한 부처님 미소아래 두무릎 굽히고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의 구성진 독경소리에
수줍은 단풍잎은 바알간 두 손을 합장했다
잘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결실을 매달고
세월을 간직한 배룡나무가 연못에 티끌진 세상을 씻어낼 때
서리맞은 국화꽃들이 애잔한 미소를 짖고
그윽히 피어오른 연차향기가 디긋자 경내를 채웠다
 
개심사를 수호하던 산 까치가 따라오며
인생이란 인연이며
인연이란 모든 생의 구성요소라고
마음을 열라하더니
가슴을 비우라하고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며
다 내려놓고 가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