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처음 안 일 - 박두순

최다원 2022. 5. 23. 19:09

처음 안 일 - 박두순

 

 

 

지하철 보도 계단 맨바닥에

손 내밀고 엎드린

거지 아저씨 손이 텅 비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도 빗방울 하나 움켜쥐지 못한

나뭇잎들의 손처럼.

 

동전 하나 놓아 줄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그냥 지나가고

 

내내 무얼 잊어버린 듯...

집에 와서야

가슴이 비어 있음을 알았다

거지 아저씨의 손처럼.

 

마음 한 귀퉁이

잘라 주기가 어려운 걸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