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비 오면 누구라도 - 전영관
최다원
2022. 5. 30. 19:03
비 오면 누구라도 - 전영관
카페 이층 창가에 앉았다
지하철 출구의 행인이 우산을 펼쳐 쥘 때
왼손인지 오른손인지 신과 내기했다
이기면 숙면 한아름을 받기로 하고
지면 한 달 치 적막을 떠안기로 했다
흡연실에서 라이터를 켜다가
예언을 떠벌이다 틀린 제사장마냥
번제의 불길을 떠올렸다
좌우가 시틋해져서
행인들 발걸음의 라임만 짚었다
우산에 내재된 다정도 모르고
좌우라는 태도에 매몰되어 빈정거렸다
겨울비에 전부가 젖는데 사막을 느꼈다
의지로는 멈출 수 없는 감정들을 생각했다
사랑의 부산물을 순화하는 망각 기술
파탄을 회생시키는 포용력 같은 것들을 걸고
다시 신과 내기하고 싶다
상대 없이 혼자니까 이겨도 필요 없겠지
첫눈에 왼쪽을 느꼈다면
그니를 기다릴 거라는 암시
오른쪽으로 기운다면 미래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애인이 생겨 우산을 쓸 때
심장이 가까운 왼쪽에 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