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등대 - 문인수

최다원 2022. 7. 12. 18:51

등대 - 문인수



한 노인이 방파제 위를 걷고 있다.
한쪽은 잔잔하고 한쪽은 들끓는다.
눌린 어깨가 저려서 돌아눕거나
귀가 당겨서 또 돌아누울 때처럼 오늘도
방파제 위를 여러 차례 운동 삼아 왕복하고 있다.
비대칭의 탄탄대로여.
노인의 걸음걸이가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주춤주춤 밀어붙였을까
장대한 등대가 천천히 방파제 끝에서 일어서고
노을이 진다.
수평선 너머 붉게 내려가는
노인의 그물이 커다란 새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