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최다원
2022. 7. 24. 18:49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삼백 년 된 백일홍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은 그저
삼백 년 쯤 된 습관이겠거니
짐작했겠지만
꽃을 만드느라 뒤채던 밤이 삼백 년이라면
그 잠은 얼마나 곤할 것인가
이를테면 지금도
삼백 년 전 첫 꽃을 맺었을 때처럼
혹은 방금 햇살을 베어 물고 날아와 앉은 새의 발목처럼
착하지도 죄를 짓지도 못한 채
당신이 내 등줄기를 짚어주던 그 밤처럼
놓지 못한 바람이 보인다면
삼백 년 째 백일 동안
꽃은 얼마나 두근거렸을 것인가
나는 그 꽃 아래서
겨우 서른 몇 날의 그리움을 걱정하였으니
백일홍나무의 몸속에 잠든
삼백 년 된 별을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무슨 힘으로 마음을 피우고 지우며 또 피우겠는가
백일홍처럼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