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구름이 울 때 - 김충규

최다원 2022. 8. 3. 18:56
구름이 울 때 - 김충규



지상에서 길 잃고 허둥거리는 사람을
구름은 낚아 올려 제 속에서 절인다
소금물에 배추가 절여지는 듯이
구름 속에서 사람은 흠씬 절여진다
그의 몸속에 절여진 상태로 웅크리고 있는,
그가 끌고 다녔던 무수한 길들이 밖으로 나와
빗줄기처럼 지상으로 쏟아진다
상한 만년필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잉크같이
그의 울음이 거기 섞여 떨어진다
깊은 밤 구름이 울 때
그것은 구름의 울음이 아니라
구름 속에 절여진 사람의 울음인 것
지상에서 무수한 길을 걷고도 정작
제 길을 잃어버린 사람의 가눌 수 없는 슬픔인 것
깊은 밤 구름이 울 때
고개를 올려 그 구름 쳐다보면 안 된다
구름 속에 절여진 사람의 생각들이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자의 눈 속 터널을 통해
광활하게 균처럼 퍼질 것이므로
그 순간 그 자도 길을 잃고 허둥거리게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