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묻고 싶다 - 김정호

최다원 2022. 11. 1. 19:28

묻고 싶다 - 김정호



더 이상 붙잡지 마라
나는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도는 바람이다
때로는 네가 가꾸어 놓은 화분에
쭈그리고 앉아
부드러운 햇살을 캐고 싶지만
그래도 떠나야겠다
가다가 현기증이 돌면
거칠게 비를 몰아
생각 날 듯 말 듯한
잊지 못할 추억을 던져 버리고
속 내장까지 토해낼 지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방황해야
네 곁에 머물며
내 마음 붙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오늘도
해송가루 코끝에 날리고
산호빛 물씬 풍기는 파도 소리에
부끄러운 내 흔적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