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숲//도종환
최다원
2022. 12. 12. 18:45
숲
산 발치에 있는 나무와
산 정상에 있는 나무가 함께 모여 있다
아랫말 젊은이 백발 될 때까지 지켜본
고목이 있고 꽃봉오리 처음 열고
이 나무 저 나무 기웃거리는 진달래가 같이 있다
짐승 발톱에 챌까봐 제 잎으로 가려주고
추위에 얼어죽을까봐 가지 꺾어 덮어주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봄날이 가기 무섭게
그 나무 친친 감아 오르며 까불대는
칡넝쿨 다래넝쿨도 있다
아주 아주 위태롭던 날 어둡고 슬프던 날
벼락을 대신 맞고 죽어간 나무가 있고
그 앞에 어린 순을 내미는 나무가 함께 있다
그 나무들 모여 숲을 이룬다
낙락장송 혼자 이루는 숲은 없다
첫서리 내리면 잎을 버리고 몸 사리는 나무와
한겨울 내내 푸른 빛을 잃지 않는 나무가
함께 모여 숲을 이룬다
작은 산 하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