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꽃씨를 묻으며 - 허형만

최다원 2023. 1. 4. 18:43
꽃씨를 묻으며 - 허형만



꽃씨를 묻을 때
싱싱한 한 줄기 내일을 기다림은
꽃씨를 묻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리 고관대작이래도
이토록 떨리는 손놀림을 모른다.
작고 단단한 꽃씨,
꽃씨를 묻으며
햇살을 기다리고 바람을 기다리고
빗줄기도 기다리는 가냘픈 소망,
가을 하늘보다 맑은 마음으로
흙에 묻혀 흙이 되지 않기를 비는
깊은 기다림의 기도를
꽃씨를 묻어 본 사람만이 안다.
어둠 속에 묻혔던
빛살의 터지는 소리,
아픔 속에 갇혔던
뜨거운 눈물 솟구치는 소리,
아, 싱싱한 한 줄기 꽃바람 소리,
진정 꽃씨를 묻어 본 사람만이
들을 수 있다.
환히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