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허공에 매달려보다 - 김완하

최다원 2023. 1. 9. 19:33

허공에 매달려보다 - 김완하



곶감 먹다가 허공을 생각한다        
우리 일생의 한 자락도        
이렇게 달콤한 육질로 남을 수 있을까        
얼었다 풀리는 시간만큼 몸은 달고        
기다려온 만큼 빛깔 이리 고운 것인가
        
맨몸으로 빈 가지에 낭창거리더니        
단단하고 떫은 시간의 비탈 벗어나        
누군가의 손길에 이끌려        
또다시 허공에 몸을 다는 시간
        
너를 향한 나의 기다림도        
이와 같이 익어갈 수 없는 것일까        
내가 너에게 건네는 말들도        
이처럼 고운 빛깔일 수 없는 것일까
        
곶감 먹다가 허공을 바라본다        
공중에 나를 매달아본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감싸는 빈 손        
내 몸 말랑말랑 달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