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원 2023. 12. 31. 19:18

그림그려 모아둔 상자를 내려 

한점식 펴 보며 선별했다

남겨질 작품과 찢기어질 작품 

애써 그린 그림이지만 

선별은 필수다

구기고 찢어 쌓아 놓으니 

책상위가 그들먹하다 

미처 남겨질운명은 아니지만 

나의 운필과 마음을 담고 있던 그림들

 

노끈을 놓고 두 보따리로 묶어 

화실앞에 내 놓고 

책꽂이도 복잡하여 책도 선별하고 

상자에 담아 내 놓았다 

폐지를 모으던 남자는 

책은 다 가져가고 

그림을 묶은 폐지만 남겨 놓았다 

 

작품으로 남겨지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폐지로도 선별되지 못한 그림들이 

서럽다고 아쉽다고 

우는 듯 애처럽다 

옆으로 삐져나온 자락들이 더욱 너풀대며 

삶이란 최선을 다 해야 하는거라고 

그래야 남겨지는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