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길일(吉日) - 김나영
최다원
2024. 2. 6. 18:09
길일(吉日) - 김나영
외삼촌의 파산이 오빠의 발 앞에 엎질러진 후
오빠의 청춘에 붉은 차압 딱지가 붙었다.
늘 생물도감 속에 숨어서 지내던
길거리 꽃 한 송이도 꺾지 못했던 오빠가
환갑이 다 되어 수백 송이 꽃 속에 파묻혀 있다.
멀리 사는 친척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밥과 떡과 술을 멕인다, 하루는 부족하다고
2박 3일 밤낮없이 밥과 떡과 술을 멕인다.
에그머니나 오빠 망령 들었나 보네
나는 떡을 먹다가 목이 메고 마는데
내 등 두드리던 외숙모, 걱정 말란다
오늘은 길일이란다.
이렇게 큰 잔치 배설(排設)해 놓고
정작 오빤 부끄러워졌을라나
사진 속에서 빠져나오질 않는다.
하객들 불러 모아 놓고
꽃 속에 파묻혀 빠져나오질 않는다.
오빠의 생을 통 털어
오늘은 이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날.
외삼촌의 파산이 오빠의 발 앞에 엎질러진 후
오빠의 청춘에 붉은 차압 딱지가 붙었다.
늘 생물도감 속에 숨어서 지내던
길거리 꽃 한 송이도 꺾지 못했던 오빠가
환갑이 다 되어 수백 송이 꽃 속에 파묻혀 있다.
멀리 사는 친척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밥과 떡과 술을 멕인다, 하루는 부족하다고
2박 3일 밤낮없이 밥과 떡과 술을 멕인다.
에그머니나 오빠 망령 들었나 보네
나는 떡을 먹다가 목이 메고 마는데
내 등 두드리던 외숙모, 걱정 말란다
오늘은 길일이란다.
이렇게 큰 잔치 배설(排設)해 놓고
정작 오빤 부끄러워졌을라나
사진 속에서 빠져나오질 않는다.
하객들 불러 모아 놓고
꽃 속에 파묻혀 빠져나오질 않는다.
오빠의 생을 통 털어
오늘은 이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