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견디다 - 천양희

최다원 2024. 3. 1. 19:17

견디다 - 천양희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헌 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 번 꽃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하루 만에 죽는 호텔펠리니아 꽃과

물 속에서 천일을 견디다 스물 다섯 번 허물 벗고

성충이 된 뒤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와

울지 않는 흰띠거품벌레에게

나는 말하네

견디는 자만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견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