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경운기를 따라가다 - 윤성택

최다원 2024. 3. 22. 18:40

경운기를 따라가다 - 윤성택

 

 

 

모퉁일 돌아나오는 경운기 소리

아버지보다 먼저 도착했네

결 굵은 앞바퀴가 땅 움켜쥐고 지나간 길, 언제나

멀미처럼 먼지 자욱한 비포장도로였네

그 짐칸 올라타기도 했던 날들은

덜컹덜컹 떨어질가 손에 땀나는 세월이었고

여태 그 진동 끝나지 않았네 막막한 시대가

계속될수록 나를 흔드는 울림, 느껴지네

밀짚모자와 걷어올린 종아리, 흙 묻은 고무신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길

양손 벌려 손잡이 잡고 몸 수그린 채

항상 전투적이었던 운전법

 

아버지

그만 돌아오세요 이젠 어두워졌어요

 

나는 보네

울퉁불퉁한 것은 이제 바닥이 아닌 바퀴이어서

일방통행길 높은 음역으로

더듬거리듯 가고 있을 때

숨죽이며 다라가는

한때 속도가 전부였던 자동차 붉은 꼬리의 생각들

 

나는 아직 아버지를 추월할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