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원 2024. 4. 23. 19:22

공부하던 회원들이 

모두 돌아간 화실

어디선가 거미 한마리가 

화실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잠시 멈추다 간다 

얼른 거미를 집어 

화단에 놓아주려 하니 

두려움에 거미는 죽은 채 하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거미야 

걱정말거라 

햇볕도 있고 

이슬도 있고 소슬바람도 있는 화단에 

너를 두어 

더욱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하련다

조금 후 다시보니 

거미는 긴장을 풀고 어디론가 이미 사라졌다 

안전한 곳에 이르러 

아마도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텅빈 화단에 시선을 고정한 안도의 눈길을 거두며 

어디서든 잘 살아가거라 

기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