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너를 본 순간​ - 이남일

최다원 2024. 7. 1. 19:33

너를 본 순간​ - 이남일

 

 

 

너를 본 순간

먼 첫사랑의 그림자를 보았다.

짙게 내린 아카시아 향기가

손톱 끝 붉은 봉숭아 꽃물이

너의 미소 앞에

불꽃처럼 피어오르던 시절

누군가를 위해

한사코 풀잎을 닮지 않으려던

꽃의 아름다운 아픔이

너의 눈빛에 비쳐지는 걸

나는 보았다.

 

너를 본 순간

먼 그리움의 눈물을 보았다.

들녘에 풀꽃 같던 우리 사랑은

어디에 두고 왔을까

나는 묻지 않았다.

우리 발끝을 물고 늘어진

너의 그림자만 보아도

노을빛 그리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슬픔이라는 걸

풀끝에 밀려나는 너의 눈물로

나는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