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내 만일 - 강은교

최다원 2025. 3. 4. 19:02

내 만일 - 강은교

 

 

 

내 만일 폭풍이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한번 보란듯 불어볼텐데...

그래서 그대 가슴에 닿아볼 텐데...

 

반짝이는 벽돌쯤 슬쩍 넘어뜨리고

벽돌 위에 꽂혀 있는 쇠막대기쯤

눈 깜짝할 새 밀쳐내고

그래서 그대 가슴 깊숙이

내 숨결 불어넣을 텐데...

 

내 만일 안개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슬금슬금 슬금슬금

기어들어

 

대들보건 휘장이건

한번 맘껏 녹여볼 텐데

그래서 그대 피에 내 피

맞대어볼 텐데...

 

내 만일 종소리라면

어디든 스며드는

봄날 햇빛이라면

저 벽 너머

때없이 빛소식 봄소식 건네주고

우리 하느님네 말씀도 전해줄 텐데....

그래서 그대 웃음 기어코 만나볼 텐데...

 

사랑하는 마음뿐으로

그리운 마음뿐으로

그런데 그대여

오늘 밤은 참 깊구나

질기기도 하구나

 

기다려다오

기다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