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그리기
국화 그리기
국화는 찬 서리가 내리는 가을에 추위를 무릅쓰고 오연(傲然)한 자태로 맑은 향기와 함께 아름답게 핀다고 해서 오상지(傲霜枝), 상하걸(霜下傑)이라고 했으며, 진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365~427)은 국화를 사랑하여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라는 시(詩)를 남겼던 바 동리만향(東籬晩香)이라고도 부른다. 이로부터 국화ㅏ에 매혹된 사람들이 시재(詩材)나 화재(畵材)로 삼았는데 군자(君子)와 같은 꽃으로 비유하였으며 노란 빛깔은 중앙의 정색(正色:五行設에 의하면 동•靑,남•赤,서•白,북•黑,중앙•黃)이므로 황국(黃菊)이 가장 존경을 받는 것이니, 유약한 봄철의 꽃으로는 도저히 국화에 비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참으로 꽃나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임에 틀림이 없어서 사계절(四時)의 기운을 갖추었으며 난•죽(蘭•竹)을 군자(君子)라 한다면 매•국(梅•菊)을 고인(高人)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국화를 그리려면 국화의 전체 모습을 가슴에 지녀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그 그윽한 운치를 그릴 수 있게 된다. 전체 모습의 운치는 꽃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으면서 번잡하지 말아야 하고, 잎은 상하•좌우•전후의 것이 서로 덮고 가리면서 난잡하지 말아야 한다. 가지 또한 서로 뒤얽혀 있으면서도 무잡하지 말아야하며 뿌리는 겹쳐 있으면서 늘어서지 말아야 한다.
국화(菊花)는 풀이기는 하지만 늦가을 찬 서리에도 오연한 기상이 소나무와 같다고 일컬어지는 바 봄꽃들의 부드러운 가지와는 같을 수가 없으니 따라서 그 가지는 외롭고 억세게 그려야 한다. 또한 늦가을 날 다른 초목들의 잎이 시들어도 국화의 잎은 윤택하고 무성한 것이니 국화의 모습과 정취를 한층 더 깊이 파악하고, 오로지 내부세계에 깊이 파고들었을 때 비로소 국화의 기상이 깃든 꽃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국화의 종류와 형태는 무수히 많은 데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도로(徒勞)에 지나지 않는 바, 대표적인 기법만을 소개한다.
꽃 그리기
국화는 여러 종류가 있다. 꽃술만 하더라도 뾰족한 것, 둥근 것, 긴 것, 짧은 것, 수효가 많은 것, 적은 것, 넓은 것, 좁은 것들이 있어서 다양하다. 꽃잎의 끝이 둘로 나뉜 것, 셋으로 나뉜 것, 톱니처럼 생긴 것, 푹 패인 것, 말려 있는 것 등이 있어 변화가 무궁하다.
꽃의 형태는 그것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국화는 키가 작기 때문에 비스듬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꽃잎의 형태에 따라 꽃술이 보이는 것도 있고 꽃술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국화가 십분 아리따움을 발휘하는 것은 그 꽃이다. 그러나 꽃이 기운을 축적하고 향기를 머금고 있는 것은 그 꽃망울에 있다. 꽃망울이 가지에서 나와 꽃잎을 드러내는 것은 다시 꼭지에서이다. 그러므로 꽃망울이나 꼭지를 아무렇게나 다루어서는 안 된다. 꽃은 여러 가지로 다르지만 꼭지는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이치를 알고 그려야 한다.
잎 그리기(畵葉法)
잎을 그리는 데는 반드시 가지에서 나오도록 해서 그려야 하고 정면으로 보이는 정엽(正葉), 뒤를 향한 반엽(反葉), 정면인 잎 밑에서 뒤쪽을 보이고 있는 절엽(折葉), 뒤를 향한 잎 위에서 정면을 보이고 있는 권엽(捲葉)이 있는데 이 네 가지의 법식을 체득하고 그 위에 잎과 잎을 조화시키는 법과 잎의 줄기를 그려 넣는 법을 알면 저절로 같은 형태의 잎이 생기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잎을 그릴 때는 꽃의 바로 밑에 달린 잎은 살찌고 빛깔이 진하고 윤기가 흐르게 해야 한다. 그것은 국화의 힘이 온통 꽃 부분으로 모여 있는 까닭이다. 잎의 정면은 진한 빛이고 뒷면은 엷은 것이다.
먼저 꽃을 그리고 다음에 잎을 그리고, 그 다음에 가지를 그려 넣는다. 원 가지는 억세어야 어울리고 곁가지는 연한 것이 좋고 뿌리는 늙어 보이는 것이 좋다.
▶국화 잎 그리는 법▶국화(菊花)의 운필법(運筆法)
■국화는 꽃, 잎, 줄기, 뿌리로 구성되고 한 폭의 국화를 그리는 데는
우선 전체적인 구도를 생각해 두고 그 뜻을 필묵에 의탁해야 한다.
■꽃은 높은 것과 낮은 것, 좌향, 우향, 정향(正向), 배향(背向) 등이 서로 섞여 있으면서도
난잡하지 않고 가지는 서로 뒤 얽혀 있어도 무잡스러움이 없어야 하며
뿌리는 겹쳐 있으나 늘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잎은 두텁고 윤기가 나서 다른 초목과 구별됨이 있어야 한다.
■또한 꽃은 덜 핀 꽃에서부터 활짝 핀 꽃에 이르기까지 고루 섞여 있어야 하며,
가지 끝 또한 만개한 것은 무거우니 드리워지고
미개한 것은 가벼우니 일어서게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취가 살아난다.
국화를 그리는 순서는 앞의 군자(君子)와는 달리 꽃, 잎, 가지나 줄기의 순으로 그려간다.
▶국화(菊花) 꽃(花) 그리는 법
■국화는 그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가 있으나
그 종류가 무수히 많아 모두 언급할 수는 없고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방법만을 설명하기로 한다.
■꽃은 대개 잎이 평면적인 평정 장변화(平頂 長弁花)와
꽃잎이 층을 이루며 높이 모이는 고정 찬변화(高頂 贊弁花) 또는 층정 아변화(層頂 亞弁花)의 한 종류와 비슷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찬심 세변화(贊心 細弁花)의 종류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평면적인 꽃은 그 형태가 대개 타원을 이룬다.
꽃의 중심점이 되는 화심에서부터 방사상으로 꽃이 피어 나온다.
■우선 붓에 농담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든 다음 십자상으로 네 개의 꽃잎을 그린다.
이때에 직필로 2필에 의해서 그리는데,
꽃잎 끝이 밀착해서 방추형과 같이 뾰족하게 되지 않도록 그리며,
신속히 운필해야 하고 안에서 밖으로 또는 밖에서 안으로 적절히 운필해야 한다.
■그 다음 꽃잎과 꽃잎 사이에 한 개씩 꽃잎을 더하여 8판이 되게 하고
같은 요령으로 차츰 꽃잎 수를 더하여 16판 등 만개한 꽃의 모양을 갖추는데
주의할 점은 처음에 그린 네 개의 꽃잎의 형태만 완전하게 하고
더한 꽃잎들은 처음 것의 뒤로 숨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꽃잎의 구성이 너무 규칙적인 것 보다는
꽃잎의 크기와 위치를 변화있게 그려서 자연미를 주어야 한다.
꽃잎을 그리고 나면 꽃술을 그려 넣는데, 이것을 심점(心點)이라고 한다.
꽃의 종류에 따라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있고 들국화와 같이 확실한 것도 있다.
■그러나 대국은 꽃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 예다.
꽃술을 그릴 때에는 작은 점을 많이 찍거나 몇 개만 찍어 필(必)자와 같은 것을 그려 넣는다.
■꽃술은 꽃의 중앙부위를 담묵으로 칠한 다음
붓끝에 농묵을 찍어 담묵 위에 직필로 점을 찍어 나가는데 위와 위치하는 일이 없다.
꽃술에 색을 넣는 경우 황색을 먼저 칠한 다음
조금 마르면 농묵으로 같은 요령으로 찍으면 된다.
▶꽃봉오리 그리는 법
꽃봉오리에는 딱딱하고 작은 것부터 반쯤 핀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
■꽃봉오리의 꽃대는 짧으나 꽃이 피어가면서 점점 길어진다.
그러므로 한 가지 안에서 꽃봉오리가 활짝 핀 꽃은 높은 곳에 위치하는 일이 없다.
▶꽃받침 그리는 법
꽃받침은 꽃의 방향이 옆으로 향하거나 뒤로 향할 때만 농묵으로 표현하는데 3~4점,
뒷면일 때 5~6점은 방사형으로 찍고 중심부에는 꽃대를 그린다.
▶실국화(點菊花) 그리는 법
■실국화(點菊花)는 쌍구법으로 꽃잎의 윤곽만 그리는 수도 있고
몰골법을 사용하여 한 잎 한 잎 그려 나가면 된다.
단, 몰골법으로 그릴 경우에는 잎을 너무 꽃 가까이 붙여 꽃과 잎의 구별이 업게 해서는 안 된다.
실국화의 예>
■국화잎은 긴 것, 짧은 것, 뾰족한 것, 둥근 것, 폭이 넓은 것 등이 있다.
그리고 정면이 보이는 권엽(捲葉)이 있는데 이것을 사법(四法)이라 한다.
■잎은 다섯 갈래로 나눈 것이 오기(五岐),
네 곳이 파인 것이 사결(四缺)이라 하여 오기사결(五岐四缺)이라 한다.
그리고 가지 끝에 가까워짐에 따라 삼기이결(三岐二缺) 또는 이기일결(二岐一缺)이라 한다.
■잎의 묵색은 농담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잎의 전면과 후면이 구별이 되어야 하는데 전면일 때는 농묵으로, 뒷면일 때는 중묵이나 담묵으로, 옆으로 된 잎 중에서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보일 땐 역시 농묵, 마른 잎을 그릴 때는 붓에 물기를 적게 하여 갈필로 신속히 그린다. 그러나 이것을 처음 학습해 나가면서 마음에 둘 일이지 지나치게 의식할 것은 못 된다. 대담하며 자유분방하고 거침이 없어야 한다.
여러 형태의 잎>
▶잎맥 그리는 법
■잎맥의 무늬는 간략한 것이 좋으며
주맥(主脈)은 굵고 지맥(支脈)은 가늘게 그려야 한다.
■잎맥은 농묵으로 마지막에 그리는데 사실적이고 복잡한 잎맥은 피하고
간략하고 상징적인 잎맥을 그린다.
지맥이 주맥에서 나올 때 좌우 하나씩 엇갈려서 나와야지
고기의 뼈와 같이 마주 나오면 안 된다.
■잎맥은 붓의 끊어짐은 있되, 기운은 연속되어야 한다.
즉 작은 선으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더욱 신경을 써서 강직한 선으로 표현함이 좋다.
사의적인 잎맥>
▶국화 줄기와 가지 그리는 법
■줄기는 대개 위에서 아래쪽으로 그어 내리는 것이 보통이며
가지는 줄기에서 바깥쪽으로 그린다.
또한 잎의 뒤에 가리워지는 부분이 많아야 하고 줄기와 가지를 다 그린 후에라도
적당한 부분에 잎을 첨가하여 전체적인 구도를 짜임새 있게 한다.
■줄기를 그릴 때는 붓에 물기를 많이 해서는 안되고,
그어 가면서 순간 멈추어 필을 축적했다가 방향을 약간씩 바꿔 변화를 주며
꿋꿋하고 강직하게 그려야 한다.
■줄기와 가지는 구도에 따라 늘어진 것, 위로 향한 것, 높거나 낮은 것 등 변화를 주어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추어야 한다.
줄기 그리는 법>
▶국화잎을 줄기와 가지에 연결하는 법
■가지에 잎을 붙일 땐 농묵, 중묵, 담묵으로 처리한다.
즉, 진한 잎 뒤엔 연한 잎으로 연한 잎 뒤엔 진한 잎을 붙여 처리해야 앞, 뒤의 구별이 된다.
■잎은 가지의 한 지점에서 두 개가 함께 나오지 않게 하고
잎과 가지가 서로 엉켜 빽빽한 곳과 성긴 데가 있어야 하며 난잡함을 피해야 한다.
▶국화를 종합하여 그리는 법
■먼저 구도를 마음속으로 잡은 다음, 방향이 다른 꽃들을 배합하여 그리고
꽃잎에 있는 주요 잎과 중심이 되는 정면의 잎을 그린다.
다음 결정된 꽃과 잎에 따라 줄기를 그리고 농묵으로 잎맥을 그리면 된다.
그리고 다 그려진 그림이라도 헛점이 보이거나 구도가 어색하면 잎과 줄기를 보충해도 무방하다.
<국화를 그릴 때의 유의점>
▶운필에 있어서 청고(晴高)해야 한다.
▶조잡하고 난잡함이 없어야 한다.
▶줄기는 약한데 가지를 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줄잎은 적고 꽃만 많게 해서는 안 된다
▶가지에 배해 꽃이 커서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묵색이 마른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된다.
▶구륵으로 그리는 법
■구륵으로 그릴 때는 세필이나 붓끝이 가는 붓으로 그리는 것이 좋다.
먼저 꽃의 특성을 관찰하고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다음 화선지를 올려 놓고 그리면 된다.
선은 중간에 머뭇거림 없이 시원하게 그어야 하며
붓을 대고 떼는 곳에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국화를 그리는 것이 작은 기예(技藝)이긴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붓놀림은 맑고 고상해야 하며 거친 붓 놀림을 가장 꺼린다. 잎이 적고 꽃이 많은 것을 꺼리고 가지가 강하고 줄기가 약한 것, 꽃이 가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꽃잎이 꼭지로부터 나와있지 않는 것, 붓놀림이 거칠고 빛깔이 메말라 있는 것, 화면 전체에 생기발랄한 정취가 없는 것을 꺼린다. 국화를 그릴 때 주의해야 할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