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개구리 울음소리 - 최창균

by 최다원 2022. 7. 21.

개구리 울음소리 - 최창균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렸다  

어느 봄밤
물꼬 보러 눈둑길 들어서자
뚝 그친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려
고요의 못을 팠다  

한발 한발
개구리 울음소리 지워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
내 생의 발걸음소리 빠뜨렸던 것  

나는 등뒤에서 되살아나는
개구리 울음소리 듣고는
불현듯 가던 길 잠시 멈춰 뒤돌아보니
내 고요의 못이 왁자하니 메워지는 소리 듣는다
비로소 내가 지워지는 저 개구리 울음소리

나는 그 논배미에서
벌써 걸어나와 집에 누웠는데도
개구리 울음소리는 줄기차게 따라와
내게 빠져 온다
내 삶의 못에 빠져 운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녁 - 이동호  (0) 2022.07.21
한가한 숨막힘 - 김기택  (0) 2022.07.21
아마도 - 정유찬  (0) 2022.07.20
방을 얻다 - 나희덕  (0) 2022.07.20
연가 - 피천득  (0) 2022.07.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