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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복효근 봄비 - 복효근 꽃씨 뿌려놓으니 봄비 내린다 저 빗소리 얇게 떠서 한 자락 이불로 덮고꽃꿈꾸며 자는 잠 이 잠 끝이 이승이 아니어도내 한 알 씨앗으로 봄비 또 만나면 한 줄기 풀잎으로 솟아꽃은 필까꽃으로 피어날까 2026. 5. 24.
씨앗 - 함민복 씨앗 - 함민복 씨앗 하나손바닥에 올려놓으면포동포동 부끄럽다씨앗 하나의 단호함씨앗 한톨의 폭발성씨앗은 작지만씨앗의 씨앗인 희망은 커아직 뜨거운 내 손바닥도껍질로 받아주는씨앗은 우주를 이해한마음 한점마음껏 키운 살버려우주가 다 살이 되는구나저처럼나의 씨앗이 죽음임 깨달으면죽지 않겠구나우주의 중심에도 설 수 있겠구나씨앗을 먹고 살면서도씨앗을 보지 못했었구나씨앗 너는 마침표가 아니라모든 문의 문이었구나 2026. 5. 24.
뒤돌아보면 아프다 - 뒤돌아보면 아프다 - 전남진 출근길지하도를 나오자 전단 한 장 쑥 들어온다무심결에 피해 가다뒤를 당기는 것 같아 돌아보니허리 굽은 할머니사람들에게 전단을 내밀고 있다장애물 피하듯 비켜가는 사람들을할머니 축 처진 몸빼바지가 바라본다보도블록 위로 발자국 찍한 전단버려진 아이처럼 할머니를 보다가바람에 떠밀려 팔락팔락 구석에 박힌다 눈에 물기가 많으면같은 바람도 더 차가운 법이다후회가 많으면추억도 아픈 법이다전단 한 장 받아줄 마음 한 장 없이나는 살았구나가난보다 가난하게나는 살았구나뒤돌아서서야 눈물 나는 나는뒤돌아서서야 서러운 나는.. 출근길지하도를 나오자 전단 한 장 쑥 들어온다무심결에 피해 가다뒤를 당기는 것 같아 돌아보니허리 굽은 할머니사람들에게 전단을 내밀고 있다장애물 피하듯 비켜가는 사람들을할머.. 2026. 5. 24.
타일러 보냈다 어제 저녁 화실안에 있으려니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깜짝 놀라 나와 보니아반테 차량이 우리 화분을 깨고 저만치 가고 있다다급히 쫏아가 왜 가느냐고 화분깼다고 하니 집에 차를 세우고 오겠단다꽃나무들은 엎어져 있고흙은 흘러 내려지고화분은 산산조각 났다편안히 쉬며 세포를 키워가던 꽃들은얼마나 놀랐을까뿌리가 뽑혀지고 팔은 부러지고거꾸로 엎어진 꽃나무들 몇분을 기다리니 젊은 아가씨가 자기 어머니와 왔다 아가씨 운전을 하다 깼으면 차를 세우고 내려 전후사정을 말 해야지 그냥가면 뺑손이 인줄 모르나요?이쯤 되면 변상하세요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그녀는 연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약 2분쯤 시간이 흐르고 정적이 흘러 공간을 채웠다 나는 아가씨를 불렀다 운전하다 보면 이보다 더한 일도 있을 터 그땐 먼저 차를 세우고 내.. 2026. 5. 24.
선거 철 선거철이 되니 카톡과 문자가 자주 온다봐야 맨날 그렇고누가 쓸만한지누가 애국자인지 애국자가 있기나 한지그저 고개를 숙인 출마자만 있다당선이 목표고 오로지 올라서려고만 한다 "짐승은 먹을거에 목숨 걸고사람은 돈에 목숨건다"고 했던가 '이 난세에 국정을 책임으로 이끌고나라에 발전을 도모할 사람이면 족한것을 누구일까 2026. 5. 22.
나이테 속을 걸어 - 고영민 나이테 속을 걸어 - 고영민 제재소 옆을 지나다가담 옆을 켜놓은 통나무 하나를 본다잘린 단면의 나이테가 선명하다여려 굽이 에돌아 만들어진 나무 속 등고선해발 몇백 미터의 산을 품고걸어온 첩첩의 붉은 산을 품고나무는 산정을 오를수록점점 몸피와 나이를 줄인다청명한 공기와 햇빛으로부터아득히 멀고 먼걸음을 옮길수록 숨막히고 어두운나무의 안, 안가는 실금의 첫 나이테가제 생의 마지막 등고선,최고의 산봉우리였다네숨을 고르며 오랫동안 산정에 서 있다가하산한 나무 한 그루가뿌리, 제 신고 온 투박하고 낡은 신발을산속에 벗어놓고가지런히 누워 있네 - 시집 「악어」 실천문학사. 2012 2026.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