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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강서문화원에서 서예인 회원전을 오픈했다점심때가 되어 옆의 중국음식점에 셋이서 마주하고 자장면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사이남자 노인들 다섯분이 문을 밀고 들어 왔다우리 옆자리에 자리하고 읹은 그 분들은 친구인듯한 대화를 나눈다육이오의 군대이야기포탄이 떨어지던 전투이야기영웅담으로 신이 난 그분들은 확인할수 없는 전승을 기념하듯 열거했다듯던지 말던지 신이 난 노인들그 분들은 어느새혈기왕성한 이십대로 돌아가 목소리에 톤이 높아지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곤 눈에 불을 켰다 다들 그토록 용감했다면 부산가지 밀려갔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저런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나라는 세계8위 부강한 선진국이 됐다 2026. 10. 25.
당당하게 뻔뻔하게 - 김지헌 당당하게 뻔뻔하게 - 김지헌 현관 앞 데크에 모여 한뎃잠 자는 고양이들밖은 위험하다며 신발을 숨겨 놓았다 어느 날 무작정 밀고 들어와밥 달라 놀아 달라집을 내놓으라고당당하게 뻔뻔하게 요구하고불시에 발톱을 세울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며불쑥 한마디 던졌다 뭐가 그리 당당한가기울어진 세상을 조금 수평 잡는 것뿐인데 어느 날은 참새를 가져다놓고또 어느 날은 생쥐를 잡아다놓았다겹겹 어둠 속한 무리 고립이 열렸다 닫히는 동안장미가 열렸다 닫혔고 계절이 빠르게 다녀갔고나는 점점 길들어지고 있는 게 분명이 세계를 통과하면 좀 더 뻔뻔해지라고당당해지라고 2026. 10. 25.
삼성 수선집 - 김선희 삼성 수선집 - 김선희 ‘당분간 쉽니다, 죄송합니다’안내문도 빛이 바랬다 구부정한 어깨로미싱에 붙잡혔던 아저씨라일락이 지고 이팝나무꽃이 피어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종일 노루발 들여다보고터진 솔기를 박으며해 지는 줄도 몰랐던 수선집의 하루페달을 밟던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어른거린다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문 늘어진 시간을 자르고 재단하며헐거워진 몸을 수선하고 계실까 비좁은 어둑한 가게상가 귀퉁이 한쪽 행거에는 빼곡하게 걸려있던 일감이 헐렁해졌다 꼬리표를 매단 옷들 온몸에 고요가 내려앉는다 주인이 앉았던 그 자리에 어둠이 앉아 잠을 자고 있다 나지막이 돌아가던 미싱도 긴 휴가를 받아 쉬고 있다 2026. 10. 25.
개미 나이 책상에서 책을 보는데어디선가 아주 작은 개미가 기어 와 옷 소매 사이를 노린다순간 그를 눌러 치우고 난 뒤그 순간이 자꾸 따라와 괴롭흰다나에겐 대수롭지 않아도 그 개미에겐 일생의 생명 아닌가그냥 둘걸 그랬나 쉽기도 하고자꾸 따라와 어지럽다 2026. 10. 24.
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 최원정 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 최원정 풋감 떨어진 자리에바람이 머물면가지 위, 고추잠자리 댕강댕강 외줄타기 시작하고햇살 앉은 벚나무 잎사귀노을 빛으로 가을이 익어갈 때 그리운 사람,그 이름조차도 차마 소리내어 불러볼 수 없는적막의 고요가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오지 못할그 사람 생각을 하면 2026. 10. 24.
빛과 어둠 빛과 어둠어둠은빛 속에 머물고빛은어둠을 끌어안는다머물고 끌어안으며서로 그림자 되는너와 나어느 때는네가 빛이 되고나는 어둠이 된다어느 때는네가 어둠이었고 내가 빛이었다네 안의 빛과 어둠내 안의 빛과 어둠너무 멀고너무 가깝다.모든 것이 달라졌다햇살 아래, 달빛 아래, 별빛 아래피어나는 모든 것이다 예쁘다솔밭의 송충이도흙바닥을 기어가는 지렁이도심지어 방바닥의 바퀴벌레도모두 예쁘다아버지 때는 잘 몰랐다할아버지가 되어 보니피어나고 지고지었다가 다시 피어나는모든 것이 다 예쁘다. 2026.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