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by 최다원 2022. 8. 3.
햇빛이 말을 걸다 -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로 중요한 것 - 권경인  (0) 2022.08.05
구름이 울 때 - 김충규  (0) 2022.08.03
농번기 두 달은  (0) 2022.08.03
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 - 정공량  (0) 2022.08.01
나목에게 - 허영자  (0) 2022.07.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