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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주말 농장에서 - 송연주

by 최다원 2022. 11. 29.

주말 농장에서 - 송연주



거름 지고 장에 간다고
친구 따라 나섰다가
주말 농장에 땅 한 뙤기 얻어
상추, 쑥갓, 얼갈이 씨를 뿌렸지

파릇하게 키 자란 고추도 심고
빨간 열매 탐스러운 토마토도 심고
둘이 사이좋게 한방 쓰는 땅콩도 심고
그런 땅콩 심으며 너를 떠올렸어

네 마음 밭에
씨 하나 뿌려 두고 싶어

눈처럼 고운 실 뿌리
네 속에 내려
안으로 흐르는 피를 따라
나도 흘러
네 심장에 닿아
파릇이 싹 돋우고

심장을 파고드는 뿌리 힘에
매콤한 열정
쌉싸름한 열매 맺어라
네 손길로 피 뽑고 거름주며
가꿔 줄거라 믿어, 난

모른 체 눈감아도
코끝 간지르는 향기에
실눈이라도 뜨고 봐줄 거라고

나란히 한방 쓰는 땅콩 다 자라면
먼 눈으로도
난 또 너를 떠올리겠지

네 마음 밭에
오직 네 안에서만 자라는
작은 씨 하나 뿌려 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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