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 손현숙
도둑맞아 어수선한 내 집에 앉아
나는 왜 그 흔한
언니 하나 없는 걸까,
무섭다는 말도 무서워서 못하고
이불 둘둘 말아 쥐고 앉아서
이럴 때 느티나무 정자 같은
언니 하나 있었으면.
아프다고, 무섭다고, 알거지가 되었다고
안으로 옹송그리던 마음
확 질러나 보았으면.
언니,
부르는 내 한마디에
물불 가릴 것 없이 뛰어와 주는
조금은 무식한
아무 때나 내 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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