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by 최다원 2023. 12. 6.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 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 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 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 흘리다가

눈 산의 새끼노루 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워서 - 정성철  (1) 2023.12.08
수면 내시경 - 이화은  (2) 2023.12.07
못을 박다가 - 신현복  (3) 2023.12.05
나 어릴 적에 - 이상희  (1) 2023.12.05
오래 한 생각 - 김용택  (0) 2023.12.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