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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on 근황

후기

by 최다원 2024. 5. 15.

 
후기 
 
1973년 봄 붓을 잡고 붓과 함께 생활 해온 시간들은 올해로 52주년
가만히 눈을 감고 추억속으로 돌아가 보면 
그저 행복했던 순간만 은은히 다가온다..
때론 슬플 때도 있었고 암담할 때도 있었으며 절망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순간들은 어디론가 다 묻혀 버리고 
희망적이고 소망하며 살아온 순간들이 모두 행복만으로 점철된듯 하다
그림을 그리고 시를 적고 서예를 쓰면서
시선이 닿는 곳 눈에 보이는 모두는 시의 모티브를 내포하고 있고 
다가오는 사물과 자연은 그림의 소재로 내게 왔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가슴 설레이고 두근거렸다
그림 그리다 잠들고 시를 쓰다 깨는 아침
잠속에서도 심필로 붓은 움직이고 시상은 언제나 맴돌았다. 
새벽이 부려놓은 아침이면 오늘 하루엔 무엇이 들었을까? 
기대 반 설렘 반 실눈사이로 관조하는 하루는 
상큼하고 밝아 이끌려 가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바람을 바르는 뜨락의 나뭇잎도 베랜다 나무위로 무심코 날아드는 참새도 
모두 시의 소재이고 폐부를 채우고도 남는 
따스한 정을 물고 있어서 같은 하루는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은 무엇을 그릴까?
무엇이 나의 감각 랜즈에 잡혀 나올까?
때론 망원렌즈로 때론 현미경으로 사물과 일상을 들여다 보며 
잡혀 나올지도 모를 시의 소재 찾기에 언제나 눈동자를 동그랗게 확장했다.
수시로 케션 마크와 느낌표로 다가왔던 시간은 치열한 내 안의 몸부림이였다
이제
반세기의 삶을 묶어 전집으로 엮으려 하니 
그저 감사하고 고맙고 사알짝 눈시울이 젖어온다.
부족하지만 10권의 시화집을 출간했고 10권의 교재를 엮었다. 
치열했던 삶 고뇌하던 어제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감사한 사람들과 고마운 친구들과 그리고 동행하는 후학들이 찡하고 다가와 미소 짓는다
 
이 세상 인연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스쳐 가면 우연이요 스며들면 사랑"이라고 
폐부로 스며든 사랑이 나를 키운 팔 할일 것이다.
"생을 지탱하는 기둥은 사랑"이라고 했던가?
붓을 사랑하고 먹을 사랑한 일생
그림을 사랑하고 서예를 사랑하고 시를 사랑한 삶 
내 가슴은 그저 따스한 사랑이 깃을 치고 
그 힘으로 발효하며 나이를 더하여 간다
앞으로도 더욱 익혀갈 사랑이 그윽하게 숙성하길 기원해 본다.
더불어 이웃도 사랑하고 후학들도 사랑하고 동행하는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
 
석도 선생님은 
"일 획은 만법이며 만 법은 일 획이다"라고 했다 
그 일 획을 얻어 보려고 그 감각을 느껴 보려고
氣에 도달해 보고 싶어서 무던히 노력하고 애써 보았지만
갈 길은 멀고 그곳은 아직도 먼 곳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살아있는 필 획은 서예와 문인화에 가장 根本의 이치로 기본을 형성하기에 말이다.
서예와 그림에 기본 요소인 氣는 
"가르치는 것도 아니요. 배우는 것도 아니어서
오랜 연습 끝에 주어지는 하늘에 선물"이라 했다 
氣를 선물 받고 싶어서 무던히 애쓸 때 
손가락 감각이 무디어져 젓가락이 주루르 흘러내리던 시절과
첫 개인전인 하와이전 때 100여 점의 작품을 밤낮없이 매진하다 
목과 근육이 마비되고 침으로 경직된 혈관을 뚫어 
길을 내주던 시절도 다 추억이며 과정이라고 세월은 귀띔하며 도닥여 주었다
 
사람은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행복은 평생의 과제라 한다. 
행복은 마음의 상태이며 자신이 짖는 거라고 하지만 
행복엔 지표가 있다. 
"생존이 25% 관계가 25% 성장이 50%"라고 한다. 
오늘도 내일도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행초서를 쓰고 시를 적고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행복해지고 싶고 행복하고 싶고 또 그곳에서 행복의 부스러기가 발효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만나 동행하는 동료들과 후학들이 나의 행복이다.
행복의 요소인 그곳에서 파생된 미소와 소통과 대화와 성장으로
무한한 엔도르핀과 다이돌핀으로 온몸을 휘감으며
슬며시 입가에 미소 짓기를 소망해 본다.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 했다
혼자 가면 거기 존재하던 시가 
여럿이 왁자지껄 가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고독은 시의 산실 아니 예술의 산실이다.
'신은 자연을 창조하고 
사람은 예술을 창조한다"라고 했다
홀로 관조하고 홀로 생각하고 홀로 고요하면 
거기 존재하는 시를 찾게 되는 것 그것이 시인이다.
철저히 혼자여야 보이는 시
고독하고 외로워야 보이는 시 
내면 깊숙이 생성하는 시를 퍼 올려 
적절한 문장 꼭 맞는 단어의 나열이 시라 했다. 
 
"문인화를 뼈만 남은 회화"라 한다면 
시는 '뼈로 형성된 문학"이다
밤하늘의 별빛도 달빛도 구름도 
혼자 觀하면 순간 내 감각의 거미줄에 모티브가 잡혀 시로 승화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시 작업 중에 잡혀 나온 시
나의 시는 수필 시다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모티브를 시의 형식으로 엮은 수필 시가 주류를 이룬다. 
작업중과 작가 활동에서 길어 올린 
오롯이 부릅뜬 시선과 감각의 거미줄에 걸려 나온 시다.
 
약 그림 450여 점 시 500여 편을 엮어 전집으로 묶는 작업 
선별하는 과정마저 고뇌해야 했다. 
그림들도 저마다 자기를 상재해 달라고 애교부리며 매달리고
시들도 윙크로 통사정하며 치마꼬리를 잡는다. 
그동안 서예작품과 그림 작품이 약 2000여 점 시 또한 약 2000여 편 
수록되지 못하고 낙오된 작품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한편한편 고뇌하며 사랑으로 어루만진 작품들
심장 깊숙이에서 아린 선혈이 흐른다.
 
화가의 길은 외롭다
화가는 세 가지가 화가나서 
'안 풀려서
안 알아줘서
안 팔려서" 
화가 나는 게 화가라고 했다
외롭고 고독한 예술의 산실 외로움을 발효하여 음미하고 확장으로 승화해야 한다
두 딸아이가 힘든 화가의 길을 간다
큰아이는 대학에서 강의하며 동양화작가로 작은 아이는 웝툰연재 작가로 고독과 고독속에서 산다
나의 딸아이들이 덜 외롭고 덜 고독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학록당주인 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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