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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비가 와도 이제는 - 오규원

by 최다원 2025. 6. 20.

비가 와도 이제는 - 오규원

 

 

 

비가 온다. 어제도 왔다.

비가 와도 이제는 슬프지 않다.

슬픈 것은 슬픔도 주지 못하고

저 혼자 내리는 비뿐이다.

  

슬프지도 않은 비속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비속에서 우산으로 비가 오지 않는 세계를

받쳐 들고

오, 그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비가 온다.

슬프지도 않은 비.

저 혼자 슬픈 비.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비에 젖고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오늘도

가면도 없이

맨얼굴로

비 오는 세계에 참가한다.

  

어느 것이 가면인가.

슬프지도 않은 비.

저 혼자 슬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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