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머무는 소리는 한창이다 - 최서진
여름을 울다 간 매미를 위해
그 울음소리를 기록한다
부서질 듯 하늘을 찢던 그만큼의 힘으로
그런 날은 테두리를 잃어버린 컵이 된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여기는 가을의 한밤중
적당한 거리는 언제나 옳고
모든 시간은 지나가는 중이고
귀에 머무는 소리는 한창이다
서로를 닮아가다 어느 순간 어긋날 얼굴같이
사물들이 녹아 흐른다
탕진이라는 단어를 감추고
여름은 부서진 컵
떨어지는 물방울들과 눈이 마주친다
지나간 계절은 지나간 것
어떤 기억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기억
그러므로 망각은 이루어지지 않고
내가 이렇게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기다림이 나를 위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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