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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살 빼야지 - 정순자

by 최다원 2025. 8. 26.

살 빼야지 - 정순자

 

 

가을 동창 모임에서 등산 갈 때 입겠다고 비싸게 주고 산

포근하고 따스한 등산바지

 

허리 치수가 빠듯하여 한 치수 올려 살까 망설이다

내가 살을 조금 더 빼야지 하며 사서

옷장 속에 걸어둔

예쁜 등산바지

 

마곡사 태화산 등산갈 때 입지 못하고

그 옛날 어릴 적 우리 집 앞 냇가 징검다리까지 따라와 바짝쫄게 했던

덩치 큰 승기가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스틱도 건네주며

건강하게 살자 해

다음 해엔 꼭 입고 나와야지 다짐했는데

 

다음 해도그 다음 해도

그 다음다음 해도 그냥 걸려있고

어느 날 매장에 가보니 유행 떨어져 폭탄세일 중

 

의욕도 떨어지고

승기도 이제 늙어 꾸부정해

 

집에서 입고 청소나 하자 해도 허리를 채울 수 없어

버리기는 아깝고 다시 옷장에 걸어 놓고

 

살 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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