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 이준관
나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직장에 가고
다리를 건너 시장에 간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많은 다리를 건너왔다
물살이 세찬 여울목 징검다리를
두 다리 후들거리며 건너왔고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삐걱거리는 나무다리를 건너왔고
큰물이 지면 언제 둥둥 떠내려갈지 모르는 다리를
몸 휘청거리며 건너왔다
더러는 다리 아래로 어머니가 사다 준
새 신발을 떨어뜨려 강물에 떠내려 보내기도 했다
내가 건너온 다리는
출렁다리처럼 늘 출렁출렁거렸다
그 다리를 건너 도회지 학교를 다녔고
그 다리를 건너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험한 세상 다리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주지도 못했고
가족들이 건널 다리가 되어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다리를 건널 때면
성자의 발에 입을 맞추듯
무릎을 꿇고 다리에 입을 맞춘다
아직도 험한 세상 다리가 되고 싶은
꿈이 남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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