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누운 저수지 - 안도현
둑에서 삼겹살을 굽던 시절은 갔네
물 위로 일없이 돌을 던지던 밤도 갔네
저수지 그 한쪽 끝을 잡으려고 헤엄치던 날들도 갔네
청둥오리떼처럼 몇 번 이사를 하고
청둥오리떼처럼 또 저수지를 찾아왔네
저렇게 저수지가 꽝꽝 얼어 있는 것은
얼어서 얼음장을 몇자나 둘러쓰고 있는 것은
자기 속을 보여주기 싫어서
등을 돌리고 있는 거라 생각하네
좀 더 일찍 오고 싶었다고
등을 툭 치며 말을 걸고 싶지만
저수지가 크게 크게 울 것 같아서
나는 돌 하나 던지지 못하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떤 날 - 이재금 (0) | 2025.10.01 |
|---|---|
| 달나라의 장난 - 김수영 (0) | 2025.10.01 |
| 산에는 산만 있을까 - 문정희 (0) | 2025.09.30 |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0) | 2025.09.30 |
| 당신 때문입니다 - 나태주 (0) | 2025.09.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