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으면 좋겠다 - 김준현
수채화처럼
세상이 연해질 때까지
비가 왔으면 좋겠다
피아노를 치듯
톡, 톡
비가 왔으면 좋겠다
길고양이에게 물을 주고
초록을 더 진한 초록이게
노랑을 더 빛나는 노랑이게 해 주기를
사람들이
저마다 알록달록한 우산을 날개처럼 펴고
웅덩이를 건널 때는 띄어쓰기하듯이
새처럼 톡, 톡 건너면 좋겠다
비닐우산을 쓰고 빗방울이 움직이는 걸 봐도 좋고
우산 없이 흠뻑 젖을 수 있어도 좋겠다
연못과 호수와 웅덩이가 동글동글한 입을 벌리고
달팽이가 두 눈을 느리게 내밀고
새들이 젖은 속눈썹을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면 좋겠다
비가 그치고 나서
세상이 더 맑고 분명해 보인다면
좋겠다,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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