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씻기며 - 유은희
구순의 어머니는 부쩍 밥알을 흘리고
기억을 흘리고 여자를 흘린다
몸의 괄호를 다 열어젖혀도
단춧구멍 열리듯 속이 훤히 열린다
이제는 그 흔한 비밀 하나도 간직하지 않는 여자다
목에서 다리까지 훌렁 벗겨져 내리는
이 뻔한 몸을 가지마다 벌목해 살아왔다
옹이마다 손 짚어 오르기만 했던 날들이 부끄러워져서
어머니를 어머니가 아닌 여자로 만나
염을 하듯 어둠을 열어 닦는다
뼈마디 하나하나 닦아내고 문지르다 문득
저 삶으로의 이장인 듯 여겨져서
그만 비누 거품으로 눈 비비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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