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시 - 김선굉
널 위하여 한 채의 섬을 사고 싶었다.
파도에 흰 발목을 묻을 수 있는
해안이 낮은 섬을 사고 싶었다.
널 위하여 오늘은 눈이 내리고,
그 속을 내가 걷고 있다.
옛날엔 내 어깨가 아름다워서
흰 달빛을 무겁게 얹을 수 있었고,
머리채에 푸른 바람을 잉잉 머물게 할 수도 있었다.
온 몸으로 눈을 받으며 눈길을 걷는 것은
참 쉬운 일이었다.
마른 풀잎과 잔 가지에 내리는 눈발을 보며,
나는 지금 서툴게 걷고 있다.
흰 눈 속에서 홀로 붉고 붉어서,
부끄러워라,
천천히 멈추어 서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잠시 후, 눈이 그치면 금오산은
한 채의 희디 흰 섬으로 떠오를 것이고,
내 눈은 아름다운 섬을 아름답게 볼 수 있으리라.
그걸 네게 주겠다.
아아, 너무 작은 내가
너무 큰 그리움을 너에게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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