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를 꿈꾸다 - 이정록
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 끝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 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 날갯죽지
세찬 바람에 가지를 휘몰아
제 몸을 후려치는 그의 종아리에서
겨울을 나고 싶다, 얼음장 밑 송사리들
버드나무의 실뿌리를 젖인 듯 머금고
그 때마다 결이 환해지는 버드나무
촬촬, 물소리로 울 수 있다면
날개를 달아도 되나요? 슬몃 투정도 부리며
버드나무와 한 살림을 차리고 싶다
물오른 수컷이 되고 싶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방울 - 나석중 (0) | 2022.07.13 |
---|---|
등대 - 문인수 (0) | 2022.07.12 |
내 안의 외뿔소 - 이은봉 (0) | 2022.07.12 |
그리운 바다"//이생진 (0) | 2022.07.11 |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0) | 2022.07.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