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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바람직한 실수 - 김태인

by 최다원 2022. 8. 23.

바람직한 실수 - 김태인



처마 및 공터에 씨앗 심었지
솎아낼 요량으로 두 개씩 심었어
비 그친 다음날 가봤지
씨앗 심은 자리를 낙숫물이 파헤쳐 놨더군
꽃삽 떨어트리고 말았어
다시 심을 생각으로 삼일 뒤 다시 갔지
의심스러운 눈을 비비고 또 비볐어
아내 엉덩짝 같은 둔덕 양쪽에 돋아난 싹들이
가녀린 떡잎으로 돌 지난 아가처럼 하트를 그리며
이름 모를 싹들과 웅얼웅얼 옹알이하고 있지 않겠어
창고에 꽃삽 던져 넣고 자물쇠를 채웠어
꾸미고 싶던 화단이었냐 내게 묻지 마
언제 꽃삽 꺼내게 될지 나도 모르니까
너는 알고 있니?
넌 잡초이고 너는 꽃이다 누가 구분 지었는지
내가 잡초인지 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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