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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참회록 - 윤동주

by 최다원 2022. 10. 6.

참회록 -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어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주리자.
---- 만 이십 사 년(滿二十四年) 일 개월(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출전 :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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