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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멍 - 강미정

by 최다원 2022. 12. 14.

멍 - 강미정
  

  
이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내 몸을 콱 깨물고 있는 푸른 멍은
내가 넘긴 한 장의 달력처럼 가볍거나
무거운 시간을 지나온 것이다, 생각했는데
뾰족한 모서리에 부딪혀
마음을 다친 적이 수없이 많았으므로
다치지 않으려고 몸밖의 모서리를
몸 안으로 옮겨와 뾰족함을 삭여내느라
내 몸이 푸르게 피는 것이겠지,
다친 마음이 둥글어지는 것이겠지,
생각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몸에서 피고지는 푸른 멍을 어루만지며
너도 네 몸에다 나의 아픔을 가두기도 했겠다,
내 뾰족함이 너를 아프게 찔렀을 것이므로
내 뾰족함이 삭고있는 동안
너도 아팠겠다, 생각해보는 것이다
서로를 너무 세게 껴안았으므로
푸픈 멍이 피어나는 것이다,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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