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대한 오독 - 김금용
난 웃을 때도 눈물이 나요
웃는 내 모습이 반가워서
배랑 허리랑 아프도록 웃어요
죽지 않을 만큼 실없이 자꾸 웃어요
엄마 바다를 헤엄쳐 나올 때
양수를 너무 마셨기 때문일까요
엄마의 소금기 많은 짠 눈물이
열 달이나 내 안에서 자라
탯줄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제일 먼저 쏟아낸 눈물바람 때문에
웃을 때도 찝찔한 눈물이 새나오는 걸까요
반포대교 아래로 떨어지는 단호박 빛
노을의 뒷자락도 들춰보면
한강물에 빠져 더러 곰팡내를 풍기던 걸
눈물이 섞여져야 실밥 터진 부위가 아물던 걸
엄마는 울지 않으려고 웃고
잊으려고 웃고
웃는 동안 숨을 쉬려고
웃는 일만 찾아 길을 걸었다네요
反시시포스의 삶이 오독이란 걸
돌아가실 때도 나를 낳으실 때도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난 엄마처럼 웃을 때도 눈물이 나요
탯줄에 감겨 있을 때부터 어쩜
눈물을 배운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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