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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비 - 김인환

by 최다원 2023. 1. 11.
비 - 김인환


비는
내리면 그냥 저 혼자 내리지

사람들 마음을 흔들며 내려오나

각기 간직한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이야기

땅 거미 지는 동네 어귀
고등어자반 한손을 새끼줄에 달아
휘적휘적
바쁘게 돌아오시던 할아버지

화롯불에 바글바글 된장찌개
구수한 냄새로 목을 길게 빼시고
이제나 저제나
우리를 기다리시던 할머니

지금은
꿈에서나 만날 수 있고
추억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소꿉친구 순이까지도

비는
그저 혼자 내리지 않고
우리들의 기쁨보다는 아픔들을 잡고

말갛게
헹구어 주려
주룩주룩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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