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무게 - 주종환
육신의 우울과 마음의 상처는
깊어질 수는 있으나 고쳐질 수는 없는 듯
이 해질녘의 숲속은 피안의 근처가 시리울 만큼
왜 이리도 깊은 밤을 암시하는지
나뭇가지 위에서
또다른 비행을 준비하듯 세심하게 털을 고르다가,
제 몸의 가벼움이 성가신 듯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내 숲속의 한 지점을 노려보는 작은 새,
그러다가 다시금 털을 고르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그 하잘것 없는 생의 조바심이
끝내 아물지 않는 시선으로 남겠다
보잘것 없는 목숨들이 더욱 보잘것 없는 주검들로
사그러지는 대지의 황혼 속에서
네 짧은 생시의 은신처가 되어주는 그 조그만 둥지 속이,
내 무한한 비애의 창공을 가리우고도 남는
따스한 피안일 수도 있겠다
살아가는 내내 망연자실했던 그 허망함,
끝끝내 거리를 두고, 그 거리를 즐기는 불가능들이
이렇듯 생존의 헐떡임이 잠잠해지고
생을 마감하는 예감 앞에서야 다 불꽃을 틔울지라도
바람결에 살랑이는 저 나뭇잎의 미동 속에
죽음을 생명의 빛으로 게워내는 영원이,
그 영원의 맴돎이 눈이 시리게 선연해질지라도,
一生의 노고가 가르치지 못하는 그 설레임을
임박한 죽음의 눈길로만 편애하는
내 마음의 잘못된 이력은 끝내 고칠 수 없겠다
돌아가야 했지만 가로질러 간 길, 뛰어내려야 했지만
되돌아선 길, 죽어도 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지금껏 나를 살게 하고 병들게 했을지라도,
생은, 날 순 없어도 언제나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쉰 김치에 물 말은 밥 한 그릇의 치유력,
생명 그 자체의 무게를 지닌 몸짓이어야 했다
육신의 우울과 마음의 상처는
깊어질 수는 있으나 고쳐질 수는 없는 듯
이 해질녘의 숲속은 피안의 근처가 시리울 만큼
왜 이리도 깊은 밤을 암시하는지
나뭇가지 위에서
또다른 비행을 준비하듯 세심하게 털을 고르다가,
제 몸의 가벼움이 성가신 듯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내 숲속의 한 지점을 노려보는 작은 새,
그러다가 다시금 털을 고르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그 하잘것 없는 생의 조바심이
끝내 아물지 않는 시선으로 남겠다
보잘것 없는 목숨들이 더욱 보잘것 없는 주검들로
사그러지는 대지의 황혼 속에서
네 짧은 생시의 은신처가 되어주는 그 조그만 둥지 속이,
내 무한한 비애의 창공을 가리우고도 남는
따스한 피안일 수도 있겠다
살아가는 내내 망연자실했던 그 허망함,
끝끝내 거리를 두고, 그 거리를 즐기는 불가능들이
이렇듯 생존의 헐떡임이 잠잠해지고
생을 마감하는 예감 앞에서야 다 불꽃을 틔울지라도
바람결에 살랑이는 저 나뭇잎의 미동 속에
죽음을 생명의 빛으로 게워내는 영원이,
그 영원의 맴돎이 눈이 시리게 선연해질지라도,
一生의 노고가 가르치지 못하는 그 설레임을
임박한 죽음의 눈길로만 편애하는
내 마음의 잘못된 이력은 끝내 고칠 수 없겠다
돌아가야 했지만 가로질러 간 길, 뛰어내려야 했지만
되돌아선 길, 죽어도 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지금껏 나를 살게 하고 병들게 했을지라도,
생은, 날 순 없어도 언제나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쉰 김치에 물 말은 밥 한 그릇의 치유력,
생명 그 자체의 무게를 지닌 몸짓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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