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끄러미 - 길상호
물끄러미라는 말
한 꾸러미 너희들 딱딱한 입처럼 아무 소리도 없는 말
마른 지느러미처럼 어떤 방향으로도 몸을 틀 수 없는 말
물에서 끄집어낸 순간, 아니 그물에 걸리는 순간,
덕장의 장대에 걸려서도
물끄러미
겨울바람 비늘 파고들면
내장도 빼버린 배 속 허기가 조금 느껴지는 말
아가미를 꿰고 있는 새끼줄 때문에
너를 두고 바다로 되돌아간 그림자 때문에
보아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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