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을 흔들다 - 강상윤
가마솥 뚜껑을 닦는다
쑥 들어간 뚜껑 안을 자세히 보니
들국화 꽃무늬처럼 실금이 나 있다
무쇠 솥뚜껑의 결이 원래 그렇게 생겼는지 알 수 없으나
들국화 모양으로 금이 가서 가볍게 물결을 치고 있다
그 동안 폭발할 것 같은 가마솥의 뜨거운 열기를
어떻게 견디었을까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으면 가슴 한복판부터 갈라졌을까
갈라졌으면서도 어쩌면 저리도 가벼울 수 있을까
투명한 바닥에 잔물결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에는
차라리 산산조각이 나도록 스스로를 길들여온 것일까
가마솥 뚜껑을 닦는다
나의 삶이 얼마나 길이 잘 들었는지
얼마나 더 든든해질 수 있는지
무쇠 솥뚜껑의 갈라진 길을 따라가 본다
갈라진 길에서는
때늦은 연회색 들국화들이 무리 지어
자기 생(生)을 흔들고 있다
손끝이 솥뚜껑처럼 댕댕거리는 듯하다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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