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와 직선 - 고명
지루할거야 나무들은
꽃을 피우는 일도 그만 신물이 날거야
해마다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면야
몰라, 같은 빛깔 같은 모양
게다가 환히 알고 있는 순서 그대로
헤어지는 일에도 이골이 났을거야
가을엔 모두를 떠나보낸다지만
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어느새
새봄을 감춰 놓고 있던 걸
아니야, 이별이 아니야
겨울 한 철 떠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
손 흔들지 못할 사람 어디 있어
때로는 나무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지나온 길 발자욱마다 다시 밟아
같은 빛깔 같은 모양 되풀이 피울바에야
헤쳐 가야겠다, 안개 속 외줄기 길
아무도 밟지 않은 그 새벽길을
아득히 끝을 보며 시작을 보며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외로우며 살아 - 허순성 (0) | 2023.08.25 |
---|---|
들꽃 - 문효치 (0) | 2023.08.25 |
사랑한다 - 나호열 (0) | 2023.08.24 |
별 - 임보 (1) | 2023.08.24 |
등대 - 신지은 (1) | 2023.08.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