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나무 - 도종환

by 최다원 2023. 11. 5.
나무 - 도종환  



퍼붓은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헤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요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잔가지만큼 넓게 넓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아름답다
허욕과 먼지 많은 세상을
견결히 지키고 서 있어 더욱 빛난다
무성한 이파리와 어여쁜 꽃을 가졌던
겨울 나무는 아름답다
모든 것을 버리고나도
결고 가난하지 않은 자세를 그는 안다
그런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은 아름답다
오랜 세월 인간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해 더욱 아름답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3.11.05
누가 우는가 - 나희덕  (0) 2023.11.05
그대, 지금 힘든가?  (0) 2023.11.05
< 준다는 것 >  (0) 2023.10.12
그리움 - 김경애  (0) 2023.10.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