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으며 사는 거다 - 최홍윤
마음이 울적할 때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강물은 세상 쪽으로 흐르고
새 떼들도 산 아래 세상으로 날아간다
저들은 무엇을 채우려고
내가 떠나온 저 세상으로 달려나갈까
꾸물꾸물한 하늘이
눈이라도 내려주길 바라는 뒤틀린 심사
산에서 내려와 단골 소머리 국밥집에서
친구와 막걸릿잔을 나누고 있을 때
국밥집 할머니는 뭘 모른다고,
죽은 황소도 웃는 세상이라고,
천하장사 황소도
빼빼 마른 백정의 손에 이끌려
주검을 당하면 저 꼴 난다고 웃는다
그러고 보니
소머리 국밥집에 눈감은 황소머리가
해 슬피 웃고 있었다
죽어서도 왜 자꾸만 웃고 있었다
어린 시절
황소가 하늘에 대고 자지러지게
웃는 꼴을 보기는 했지만
저런 슬픈 쓴웃음은 처음 본다
세상은 온통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
이도 저도
마땅찮은 내 생의 그리움과
애증의 덧문을 잠그고
두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지금은 갈 애의 눈동자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시간
그냥 웃고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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