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 박진형
구두가 병상에 누워있다
산동네 비탈길을 콧노래 부르며 걸어오던 구두
터벅터벅 혼자 눈물 감춘다
뒤축은 가정의 무게를 잡아주는 저울이었다
해진 것은 아버지였다
구두코 벌어지고 뒷굽이 닳을수록
아버지 몸에 암세포 퍼져갔다
구두는 말기 암환자 병실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앙상해져 검불 같은 몸뚱이만 남은 구두는
아버지를 닮아갔고
맨발이 빠져나가 텅 비어있는 자리에는
아버지 발톱이 하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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