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속으로 내리는 비 - 정수경
진동으로 부르르 떠는
전화기 속에 갇힌 참새
날개를 파닥거린다
날개에 부딪히는 액정
부리가 콕콕 쪼을 때마다
투명한 어둠에 금이 간다
금간 틈으로 말소리 새어나온다
말소리에 몇 점 구름이 묻어있다
구름 속에서 빗방울들 두 눈 꼭 감고
몸을 숨기고 있다가, 허공으로
뛰어내린다 비의
가랑이 나뭇가지에 걸린다
걸터앉은 엉덩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푸른 이파리들
이파리들 진저리 치자
빗방울은 번지점프를 한다
별이 와르르 쏟아진다 울리는 벨소리에
폴더가 열리고 말들 날아오른다
날갯짓 사이로 떨어지는
자음 모음들 보랏빛
제비꽃으로 톡톡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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