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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金容浩)

by 최다원 2024. 12. 25.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金容浩)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威儀)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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