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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아버지의 밥그릇 - 안효희

by 최다원 2025. 1. 13.

아버지의 밥그릇 - 안효희

 

 

 

언 발,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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