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끝까지 - 김태희
산다는 건 평생
생마늘을 까는 일이라고
엄마가 그랬어
서울이라는 매운 도시의 한 구석에서
마늘을 까며 내가 눈물 흘릴 때
작은 어촌 내가 자라던 방안에 앉아
엄마도 나처럼 마늘을 까고 있겠지
엄마는 내 부적이야
마늘처럼 액을 막아 주는
붉은 상형문자
내가
길을 잃고 어둠에 빠졌을 때
엄마가 그랬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지만
연꽃은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다고
엄마는 눈부신 내 등대야
등대가 아름다운 것은
길 잃은 배가 있기 때문이지
엄마가 빛을 보내 줘도
난 영원히 길을 잃을 테야
엄마, 난 끝까지 없는 길을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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