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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엄마, 난 끝까지 - 김태희

by 최다원 2025. 5. 8.

엄마, 난 끝까지 - 김태희

 

 

 

산다는 건 평생

생마늘을 까는 일이라고

엄마가 그랬어

서울이라는 매운 도시의 한 구석에서

마늘을 까며 내가 눈물 흘릴 때

작은 어촌 내가 자라던 방안에 앉아

엄마도 나처럼 마늘을 까고 있겠지

엄마는 내 부적이야

마늘처럼 액을 막아 주는

붉은 상형문자

 

내가 

길을 잃고 어둠에 빠졌을 때

엄마가 그랬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지만

연꽃은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다고

엄마는 눈부신 내 등대야

 

등대가 아름다운 것은

길 잃은 배가 있기 때문이지

엄마가 빛을 보내 줘도

난 영원히 길을 잃을 테야

엄마, 난 끝까지 없는 길을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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